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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글의 출처는 http://jamestic.egloos.com/1597503 입니다. 가급적 원문을 확인해주세요. 언제든지 원저자에 의해 글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.

훌륭한 엔지니어가 좋은 팀장이 되기 어려운 이유

(갓 팀장이 되어 어려워하고 있는 H님께, 드립니다.)

H님, 좋은 팀장이 되는 일은 원래 어려운 일이죠.
특히 H님같이 훌륭한 분은 좋은 팀장이 되기 더 어려운 법이예요.
제가 훌륭한 엔지니어에도 많이 부족하고, 좋은 팀장으로도 노력 중이지만,
그 동안 실수로 배운 이야기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.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.

좋은 엔지니어가 되기도 어렵지만,
좋은 엔지니어가 좋은 팀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죠.
그건, 훌륭한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, 좋은 팀장이 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.


기다림의 예술

저는 학교 다닐 때 프로젝트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, 프로그래밍은 무척 쉬운 일이었죠.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데, 동료들은 그렇지 않아서 깜짝 놀랐습니다. 처음 C를 배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말이죠. 팀원일 때는 제가 맡은 부분만 하면 되었으니,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. 저한테 중요한 일들이 대부분 떨어져서 부담스러웠다는 것 빼고는요.

팀장이 되면서 후배들하고 일을 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. 저는 1일이면 할 수 있는 일을, 후배들은 1주일 혹은 1달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부터죠. 시간도 문제였지만, 결과물의 질도 문제였습니다. 당연한 일이지만, 시야도 한정되고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, 설계부터 코딩방법 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주어야 했죠. 그런데, 그 도와주는 시간이 제가 직접 하는 시간보다도 더 많다는 것이 문제였죠. 효율만 따진다면 후배들을 차라리 놀게 하고, 제가 직접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을 더 빠른 시간에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. 실제로 바쁘고 중요한 일들은 그렇게 진행되었고, 기회를 얻지 못하는 후배들은 배우지 못하고, 모든 일들은 팀장인 저에게로 몰리고... 악순환의 고리입니다.

"일 좀 잘하는 팀원 없나?" 하는 말이 나오더군요.
결국 원인은 저한테 있는데 말이죠. 하하.
후배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, 그걸 끈기 있게 기다려 주는 용기가 없었던 거죠.
근데, 이걸 실제 해보면 참 어려운 일입니다.
프로젝트 마감은 다가오는데, 후배를 믿고 잘 해봐라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최악의 실패 상황도 상상하며, 클라이언트나 윗분들로부터의 우산도 되어야 하는 역할이니까요.
정말, 기다림이란 균형의 예술입니다.

보상은 일 잘하는 팀원을 얻게 되는 것이고,
'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팀'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.


장점 바라보기

나무가 잘 자라게 하려면 물을 주어야 하듯이,
사람이 잘 자라게 하려면 칭찬을 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.
물론, 고난에 해당하는 질책도 중요하지만 말이죠.
엔지니어의 일이라는 것이 오류를 찾아내어 세상이 올바로 동작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.
설계의 오류를 찾고, 코드의 오류를 찾듯이 말입니다.
잘 동작하는 부분이 99라도도 오류가 1이면 그곳에 신경을 집중하게 되죠.
이렇게 훌륭한 엔지니어의 능력이, 팀장으로써 후배를 바라볼 때는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.
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이니까 말이죠.
후배를 바라볼 때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,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하는데,
이것이 엔지니어의 특성과 반대되다 보니, 참 어려운 일입니다.
그래도 좋은 팀장이 되려면, 장점을 크게보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겠죠.

H님 이야기 생각나네요.
"누가 저한테 잘한다 칭찬만 해주어도, 참 잘할 것 같은데 말이죠."


논리와 감성

엔지니어의 놀이 상대는 기계인 컴퓨터 입니다.
컴퓨터는 맞으면 맞는 거고, 틀리면 틀리는, 논리의 세계이죠. 매력적입니다.
이와 달리, 사람의 관계는 논리도 중요하지만, 감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.
"네~ 말씀이 맞기는 한데, 말투가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 안 하렵니다."
이런 식이죠.

그 동안은 컴퓨터하고만 잘 지내면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지만,
이제는 팀원들과도 잘 지내고, 윗분들도 잘 설득시켜야 훌륭한 팀장이 될 수 있습니다.
저도 한동안 '왜 옳은 것을 하지 않을까?' 하는 나만의 생각을 하며, 실수를 많이 했죠.
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'옳다'는 것은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.
그 보다는 잘 웃고, 인사 잘하고,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,
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.
참 어렵습니다.
게다가, 사람간의 관계에서 정답이란 없습니다.



또 나머지 실수들도 많았지만,
배움에 있어서 실수란 꼭 필요한 것이죠.
H님 스스로 실수하시면서, 하나씩 배워나가길 바래요.

그래도 결국, H님은 훌륭한 팀장이 될 겁니다. 아주 훌륭한 팀장이 될 거예요.
제가 바라는 건, 지혜로운 여행을 하는 동안 항상 즐겁기 바랄뿐이랍니다.

고맙습니다.

제임스 드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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